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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아틴

개요

크레아틴(creatine)은 근육 안에서 ATP를 빠르게 되살리는 역할을 하는 아미노산 유사 물질이다. 글리신과 아르기닌에서 출발해 주로 간과 신장에서 합성되며, 혈액으로 나온 크레아틴의 약 95%는 골격근에 저장된다.1 이름은 고기를 뜻하는 그리스어 kreas에서 유래했고, 실제로 붉은 고기와 생선에 들어 있다.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크레아틴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고시하고 있다.2 보충제 시장에서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연구된 물질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속설이 따라붙은 성분이기도 하다.

작동 원리

근육이 수축할 때 직접 쓰는 연료는 ATP 하나뿐이다. 문제는 근육에 저장된 ATP가 전력 질주나 최대 중량 스쿼트 같은 상황에서 몇 초 만에 바닥난다는 점이다. 이때 크레아틴인산 형태로 대기하던 크레아틴이 인산기를 하나 떼어 ADP에 넘겨주고, ADP는 즉시 ATP로 되돌아간다. 쉽게 말해 크레아틴은 에너지원이 아니라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장치다.

휴대폰으로 옮겨보면 ATP가 배터리, 크레아틴인산은 주머니 속 보조배터리에 가깝다. 보조배터리 용량 자체는 크지 않아 몇 초를 더 버티게 해주는 수준이지만, 충전 속도가 워낙 빨라 배터리가 0%로 떨어지는 순간을 뒤로 밀어준다. 보충제로 근육 내 저장량을 2040% 늘리면1 가령 벤치프레스에서 8회에 걸리던 사람이 910회를 채우는 정도의 차이가 생긴다. 세트당 한두 개가 몇 달 쌓이면 총 훈련량이 달라지고, 근육은 그 훈련량을 따라 붙는다. 크레아틴이 근육을 직접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키울 조건을 만들어 준다고 보면 된다.

저장량과 로딩

크레아틴을 따로 챙겨 먹지 않아도 근육은 이미 어느 정도 차 있다. 일반적인 식사로 하루 12g을 섭취하는 사람의 근육 크레아틴 저장량은 최대치의 6080% 수준이며, 보충제는 남은 20~40%를 채우는 역할을 한다.1 이 빈자리를 최대한 메우는 과정을 크레아틴 로딩이라고 부른다.

방식 섭취량과 기간 특징
빠른 로딩 하루 20g, 5~7일 며칠 만에 포화, 위장 부담
느린 로딩 하루 3~5g, 약 4주 도달만 늦고 결과는 동일
유지기 하루 3~5g 매일 빠지는 양만큼 보충

로딩 방식별 비교. 두 방식의 최종 도달 지점은 같고 차이는 걸리는 시간뿐이다.1

다만 빠른 로딩의 20g을 한 번에 털어 넣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흡수 속도가 느려 상당량이 소변으로 빠져나가고, 한 번에 많은 양이 들어오면 복통이나 설사가 생기기 쉽다. 4~5g씩 하루 네 번으로 쪼개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효과가 갈리는 이유

같은 제품을 같은 용량으로 먹어도 체감이 전혀 다른 경우가 흔하다. 가장 큰 변수는 시작 시점의 저장량이다. 이미 근육이 80% 가까이 차 있는 사람은 채울 여지가 적어 변화가 작고, 반대로 붉은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식단이라면 저장량이 낮아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난다.1

두 번째 변수는 크레아틴 수송체(CRT)의 활성도다. 이 단백질이 크레아틴을 혈액에서 근육 안으로 실어 나르는데, 활성이 낮으면 아무리 먹어도 근육으로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국제스포츠영양학회 입장문도 개인 간 반응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1 다만 흔히 인용되는 "30%는 효과가 없다"는 수치는 연구마다 무반응의 기준선이 달라 확정된 값으로 보기 어렵다. 정작 일반인이 자신의 수송체 활성을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으므로, 몇 주 먹어보고 체감으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부작용과 논쟁

가장 흔한 반응은 부작용이라기보다 작용에 가깝다. 크레아틴은 근세포 안으로 수분을 끌어들이므로 섭취 초기에 체중이 1~2kg 늘고 근육이 조금 커 보인다. 한 주 만에 근육 2kg이 붙는 몸은 없다. 체성분 분석기도 이 수분을 근육량 증가로 잡아내는 경향이 있어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곤란하다. 반대로 몸의 윤곽을 선명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기에는 같은 수분이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 외에 보고되는 것은 복통, 설사, 구역감 정도이며 대부분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었을 때 생긴다. 국제스포츠영양학회는 건강한 성인부터 여러 환자군까지 하루 최대 30g, 최장 5년까지의 섭취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됐다고 정리한다.1

효과의 크기를 둘러싼 논쟁은 2026년 8월 기준으로도 정리되지 않았다. 2025년 3월 뉴사우스웨일스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는 참가자 63명을 나눠 12주간 주 3회 저항운동을 시켰는데, 하루 5g 섭취군과 비섭취군의 제지방량 증가에 차이가 없었다.3 반면 61건의 대조 시험을 모은 메타분석은 크레아틴 섭취군의 제지방량이 평균 1.39kg 더 늘었다고 보고한다.4 12주는 초보자 효과가 큰 구간이라 차이가 묻혔을 수 있다는 반론과, 기존 연구의 증가분 상당수가 수분이었을 수 있다는 반론이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오해와 진실

통념 실제
스테로이드의 일종이다 호르몬 아닌 아미노산 유사 물질
신장을 망가뜨린다 건강한 성인에서 근거 없음5
탈모를 일으킨다 직접 근거 없음, 2025년 시험 음성6
주기적 휴지기가 필수다 장기 섭취 안전성 보고, 필수 아님1

대표적인 오해 네 가지이며, 뒤의 두 항목은 근거를 따로 볼 만하다.

신장 이야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지표를 오해했기 때문이다. 신기능 검사에 쓰이는 크레아티닌은 크레아틴이 분해되며 생기는 물질이라, 크레아틴을 많이 먹으면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원료가 늘어 부산물이 늘어난 것이지 여과 능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다. 국제스포츠영양학회는 크레아티닌 하나만으로 신기능을 판단하면 크레아틴 섭취 여부와 무관하게 고강도 훈련 중인 선수 대부분이 이상 소견으로 보이게 된다고 지적한다.5

탈모설의 출발점은 2009년 논문 한 편이다. 대학 럭비 선수 20명에게 3주간 크레아틴을 먹인 결과 DHT 수치가 상승했는데, 이 연구는 모발을 한 번도 측정하지 않았다. 여기에 DHT가 남성형 탈모와 관련된 호르몬이라는 별개의 사실이 붙으면서 하나의 문장이 완성된 셈이다. 2025년에는 저항운동 경험자 45명에게 12주간 하루 5g을 투여하며 모발 밀도와 모낭 상태를 직접 측정한 무작위 대조 시험이 나왔고,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6 물론 12주가 탈모를 관찰하기에 충분한 기간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남아 있다.

여담

  • 크레아틴은 1832년 프랑스 화학자 미셸 외젠 슈브뢸이 고기 국물에서 처음 분리했다.7 이름부터 고기에서 왔고 실제로 고기에서 나온 물질인 셈이다.
  •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참가 선수의 약 80%가 크레아틴을 복용했다는 보고가 있다.7 도핑 금지 물질은 아니며, 붉은 고기에 들어 있는 성분이라 규제 대상으로 삼기도 어렵다.
  • 보충제 5g을 고기로 대체하려면 상당한 양이 필요하다. 익히지 않은 붉은 고기 450g에 들어 있는 크레아틴이 1~2g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가열하면 일부가 크레아티닌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1 5g 채우자고 소고기를 1kg씩 굽는 쪽이 더 비싸다.
  • 원료 논쟁도 자주 붙는다. 독일산 크레아퓨어가 유명하지만 시중 모노하이드레이트는 원산지와 무관하게 순도 99.9% 이상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유의미한 성능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각주

  1. 국제스포츠영양학회(ISSN), 「Safety and efficacy of creatine supplementation in exercise, sport, and medicine」 공식 입장문, 2017년 6월.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186/s12970-017-0173-z 2 3 4 5 6 7 8 9 10

  2.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제3. 개별 기준 및 규격 2. 기능성 원료 2-63 크레아틴, 2026년 8월 확인.

  3. Desai I 외, 「The Effect of Creatine Supplementation on Lean Body Mass with and Without Resistance Training」, Nutrients 17(6)

    , 2025년 3월. https://www.mdpi.com/2072-6643/17/6/1081

  4. 「Creatine supplementation and resistance training: a comparison between novice and experienced lifters」, 2025년 3월까지의 대조 시험 61건 메타분석.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777911/

  5. 국제스포츠영양학회(ISSN), 「Creatine supplementation and exercise」 공식 입장문, 2007년.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186/1550-2783-4-6 2

  6. Lak M 외, 「Does creatine cause hair loss? A 12-week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Sports Nutrition, 2025년 4월. 2009년 럭비 선수 연구(van der Merwe 외, Clin J Sport Med)도 이 논문에서 검토되었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5502783.2025.2495229 2

  7. 세브란스 ARMS 제공 자료를 인용한 레이디경향 「뜨는 크레아틴…부작용은요?」, 2024년 12월. https://lady.khan.co.kr/health/article/202412111133001 2